일기 2012. 3. 19. 21:23

혼자 집에 콕 박혀있고 싶은 하루였지만 꿋꿋하게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갔다. 바짝 집중해서 읽고 늦지 않게 들어올 생각으로. 
뭔가 마음이 허전해 음악 속에 폭 파묻혔으면 좋겠는데 이어폰을 안 가져온 걸 알고 어찌나 아쉽던지- 허벅지를 막 꼬집었다.
거의 '앗, 왼쪽 손목을 집에 두고 왔네' 하는 기분이었음.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동네 앞 새로 정들인 인형뽑기 (정말 귀여운 토마스 인형이 있다! 너 어쩌자고 거기 들어가있니ㅠㅠ) 앞에서 오며가며 찍은 사진으로 달래면서 학관에 밥먹으러 가는데, 갑자기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 너무 너무 그리워지는 것이다! (이건 내가 종종 가는 카페에 비치된 책으로, 갈 때마다 조금씩 읽던 책이다.)

뭔가 이성이 마비된 상태에서 셀프구매로 사들고 나왔다. 6300원. ㅎㅎ 
축처진 나에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아아 정말 마음이 이상해졌다. 그러니까...
토마스 인형을 가지면 너무 행복할 거 같다.  
아니면 바다수달 인형 뭐 그런거 ...
뭔가 귀엽고 폭신폭신하고 그런 걸 만지면 진짜 기분이 나아질 것 같음.

같은 이유로 과자도 많이 먹는다.
-_-;;;;;;;;;;;;;;;;;;;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월병'이라는 것도 두개나 사오고, 혹시 집에 저녁거리가 없을까봐 카레랑 짜장도 사왔다.
커피는 집에 도토루가 두개나 있어서 오늘은 안 샀다.
집에 와보니 찌개가 있어서 데워 먹고 카레랑 짜장은 부엌 라면 서랍에 잘 넣었는데, 기분이 되게 좋았다.
난 뭔가 비축해놓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무엇이든 여분으로 가지고 있는 걸 좋아한다. 펜, 책받침, 스탑워치, 커피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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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왔는데 93.1이 나온다 오늘은! 야호!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홍삼을 뜨거운 물에 타서 한 잔 마시고 바닥에 엎드려 모짜르트 레퀴엠을 들으며 내일의 리딩을 하고 있다. 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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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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