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수준의 짜증을 경험하고 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
딱히 뭘 잘못한 건 아니지만, 왜 '이렇게 이렇게' 좀 해주면 안되는거야? 그게 그렇게 어려워?
이렇게 이렇게 ㅡ
이것은 요즘 내 내면의 키워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안에서 자주 외쳐지는 말이다.
네가 뭘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서로 죽을만큼 싸워야 할 중요한 문제도 아니지만,
왜 내 구미에 맞게 요렇게 요렇게 좀 반응해주면 안되는거냐고-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까,
화가 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체념 - 혹은 깨달음- 이 찾아온다는 점이 다르다.
그 깨달음이란,
그냥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것.
내가 구매한 것에 딸려온 일부이자 본질이고
따라서 내 인생은 평생 이럴 거라는 것.
게다가 내가 선택했다는 것!!!!!
정말이지 결혼은 감정의 지평을 한차원 열어주는 것 같다-
열어준다기보다 이럴 땐, 더큰 빡침으로 가는 문을 발로 뻥 차준다고나 할까?
결혼하고 또 확연히 달라진 한가지는
싸우고 나서 그냥 얼른 화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계속 같이 얼굴 봐야 하는데다 싸운다고 바뀌지도 않을 사람인데
그냥 토닥토닥해주고 서로 대충 끝내버리는게 여러모로 낫기 때문이다-
싸우면서도 이미 한쪽에선 체념하고 있달까 ㅋㅋ
또한 참아지는 지경도 넓어진 것이 사실이긴 함 ...
마지막으로 또 하나 느끼는 건
남편이 귀엽다는 것이다.
참 다행이다.
귀여워서 참을 수 있을때가 많다.
밤에 너무 화나서 잠들었다가도 아침에 이불말고 튀김모양으로 자는 거 보면 귀엽다.
한편으론, 귀엽지 않았으면 참 같이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거 보면 배우자의 외적인 면에 대한 끌림은 너무도 중요한 사랑의 본질이란 생각이 듬. (이 포인트는 다음에 좀더 써보기로-)
덧. 귀여움에 집착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취향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또 그들만의 귀여움-상응요소가 있겠지.
암튼 남편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꼭꼭 바르라고 권장중. 귀여운 얼굴 유지해야지- 하면서 ...
밖에 나가서는 차마 할 수 없는 말 블로그엔 할 수 있어서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