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5. 9. 25. 08:13

결혼하고 나서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수준의 짜증을 경험하고 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  

딱히 뭘 잘못한 건 아니지만, 왜 '이렇게 이렇게' 좀 해주면 안되는거야? 그게 그렇게 어려워? 


이렇게 이렇게 ㅡ 

이것은 요즘 내 내면의 키워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안에서 자주 외쳐지는 말이다. 

네가 뭘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서로 죽을만큼 싸워야 할 중요한 문제도 아니지만, 

왜 내 구미에 맞게 요렇게 요렇게 좀 반응해주면 안되는거냐고-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까, 

화가 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체념 - 혹은 깨달음- 이 찾아온다는 점이 다르다. 

그 깨달음이란, 

그냥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것.

내가 구매한 것에 딸려온 일부이자 본질이고 

따라서 내 인생은 평생 이럴 거라는 것. 

게다가 내가 선택했다는 것!!!!!   


정말이지 결혼은 감정의 지평을 한차원 열어주는 것 같다- 

열어준다기보다 이럴 땐, 더큰 빡침으로 가는 문을 발로 뻥 차준다고나 할까? 


결혼하고 또 확연히 달라진 한가지는 

싸우고 나서 그냥 얼른 화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계속 같이 얼굴 봐야 하는데다 싸운다고 바뀌지도 않을 사람인데 

그냥 토닥토닥해주고 서로 대충 끝내버리는게 여러모로 낫기 때문이다- 

싸우면서도 이미 한쪽에선 체념하고 있달까 ㅋㅋ

또한 참아지는 지경도 넓어진 것이 사실이긴 함 ...  


마지막으로 또 하나 느끼는 건 

남편이 귀엽다는 것이다. 

참 다행이다. 

귀여워서 참을 수 있을때가 많다. 

밤에 너무 화나서 잠들었다가도 아침에 이불말고 튀김모양으로 자는 거 보면 귀엽다. 


한편으론, 귀엽지 않았으면 참 같이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거 보면 배우자의 외적인 면에 대한 끌림은 너무도 중요한 사랑의 본질이란 생각이 듬. (이 포인트는 다음에 좀더 써보기로-) 


. 여움에 집착하는 건 어디까지나 나의 취향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또 그들만의 귀여움-상응요소가 있겠지. 


암튼 남편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꼭꼭 바르라고 권장중. 귀여운 얼굴 유지해야지- 하면서 ... 

밖에 나가서는 차마 할 수 없는 말 블로그엔 할 수 있어서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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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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