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a brave thinker 1

shys 2017. 10. 3. 14:20

대학원이란 곳을 처음 간게 벌써 10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 

그중 5년은 한국에서, 4년은 미국에서 보냈는데 

내 인생에 가장 자유로웠던 10년을 이렇게 어이없게 써버린 게 그야말로 어이없기도 하고 

부끄럽고 슬프기도 하고 

한편으로 정말 징하게 살아냈다 싶어 좀 칭찬은 해줘야 하나 싶기도 하고 

여기서 나가면 KTX탄거같은 피부노화의 속도를 조금은 줄일 수 있나 싶기도 하고 

뭐 그렇다. 


내가 가장 격하게 후회하는 것은, 

한국에서 대학원을 간지 얼마 안됐을때부터 

내가 별로 이 학문에 적성이 없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고 

그닥 이분야에 재능이 없다는 증거도 돌아보면 참 충분히 있었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 이 공부가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도 

너무나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망할 수도 있다는게 아이러니할 뿐.)


이 바보 멍청아.. 

재미가 없는 걸 그렇게 열심히 할 때에는 

너의 숨은 동기를 돌아봤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나

너무 복잡다단했던 내 인생의 전적 때문에 

단순하게 If not fun, why do it? 이렇게 생각하고 밀고나갈 

단순한 지혜, 좀 빠릿한 중2에게도 있을법한 지혜 같은 것은 나한테 없었다. 

뭐 살아온 환경 탓할 거 없이 그냥 이게 내 성격이었다고 본다. 


근데 인생은 오묘해서.. 

그렇게 미련하게 걸어나가는 와중에도 

모든 것을 잃기만 하지는 않는다. 

지난 4년은 내 인생에서 한 챕터를 따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도 펀더멘털하게 바뀔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 시간이었는데 

다시 돌아가 그 시간 없이 살아갈테냐고 물으면 꼭 그렇지는 않다. 

이것은 어쩌면 최소한의 멘탈을 부지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일수도 있지만- 

 

여튼 - 

후회를 했으니까.. 결단이 필요한데..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내가 300살정도 살거라면 산뜻하게 새출발하겠지만

난 앞으로 50년정도밖에 더 못살기 때문에- 


그래도 하나 결정한게 있다면

두려워서 그저 열심히만 하는 인생은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공부도 바쁘지만 

다가오는 가을에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로 

뭐 갑자기 되진 않겠지만 

내 안에 살고있는 이사람이 어떨때에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해서 그런 삶을 엔지니어 해가기로 했다. 



Be a brave thinker! 

때로는 실패가 창의적인 선택의 결과이도 하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이어서 쓰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