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일기: 목감기, 생활의 지혜
#1
한 4-5일째 목감기를 앓고 있다. 처음 몇일은 열도 꽤 나서, 근처 드럭스토어 가서 데이퀼, 클로라셉틱 스프레이, 사탕을 사서 먹었다. 신기하게도 데이퀼을 먹자마자 꽤 올랐던 열이 금방 내렸다. 효과가 너무 즉각적이어서 이게 과연 내 몸에 좋은 약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근데 열은 내렸어도 부은 목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거다. 난 원래 감기 이렇게 오래 가지 않는 편인데... 병원 웬만해선 안가는 나지만 아무래도 병원가서 주사라도 한방 팡! 맞아야겠다 하고 마음을 굳게 먹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교 클리닉 예약을 하고 갔는데... 의사가 내 목을 들여다보니 꽤 괜찮아보인다면서 약 필요없을 것 같다는 거다. 여러가지를 물어봤는데, 특히 내가 데이퀼 먹고 증상이 좋아졌다고 하는 말을 유심히 듣더니 그럼 일단 계속 그걸 먹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하루 이틀 더 있어보고 수요일까지 안 나아지면 다시 오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목을 면봉으로 긁어서 바이러스 검사도 했는데 음성으로 나와서 항생제 처방도 필요없다고 했다. 근데 목이 이렇게 단단하게 부은듯이 아프고 간질간질한데 아무것도 아닐수가 있는건가?!
여튼 왠지 맥빠진 기분에 집에 오다가 아시안 마트에서 쌍화탕이랑 귤이랑 'Asian pear'라고 써있는 거 하나 사왔다. 혹시라도 안 나으면 밥통에다가 배꿀찜 해먹을라고 ;ㅁ; <--- 나 진짜 완전 기특하고 놀랍지 않음? 웬 배꿀찜 ......ㅋㅋ 역시 사람은 혼자 살면 찌질하게도 몸 생각을 엄청하게 되는 듯. (그동안 감기걸려서 몸보신 한다고 또 얼마나 잘해먹었는지 ... 부대찌개, 떡갈비, 브로콜리 무침, 양송이굴소스볶음, 김치국... 이걸 다 내가 해서 먹었다. 몸무게도 늘었다 ㅠㅠ)
그리고 집 앞에서 그동안 목 건조해질까봐 안 먹던 커피도 에라모르겠다 하고 샀다. 병원에서도 멀쩡하다고 집에 가래는데 뭐 ! (흥!치!피체!)
#2
서서히 개강스트레스가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ㅠㅠㅠ 특히 다음학기 통*론이랑 의*론이 제일 부담스럽다. 오늘은 그 생각에 공부를 오히려 할 수 없을만큼 마음이 부담스러웠는데, 문득 다시한번 공부하고 싶은 분야들의 논문을 찾아보고, 내가 하고싶은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왔더니 또한번 마음이 충전되는 느낌.
#3.
흔히들 여자는 피부가 예쁘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는 것처럼,
도시는 하늘이 예쁘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ㅎㅎ
그런 점에서 뉴욕은 괜찮은 도시임. ♡
#4.
혼자 사니까 확실히 똑똑해진다.
매일매일 조금씩 뭔가 배워가는 게 너어무 좋다.
뭐 예를 들면 양송이를 씻어야 하는가, 브로콜리는 어떻게 세척하는가, 어떤 야채가 오래 가고 어떤 게 금방 상하는가, 부침요리에는 어떤 기름을 써야 하는가 등등.
(근데 아직도 당근의 보관기한을 모르겠당. @ㅅ@ 우리집 냉장고에 들어오면 당근들이 몇달가도 너무 쌩쌩하게 멀쩡하게 있는데 ... 뭐 농림수산부 발표 자료(ㅋㅋ)에 따르면 2주 지나면 버리라네...)
#5.
미국에 와서 혼자 살면서 배운 중요한 한가지가 있다면,
뭐든 instruction을 읽어보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되게끔 되어있는 세상이라는 것. ㅎㅎ
예를 들면 스파게티 소스를 사도 그 겉면에 기본 조리법이 다 나와있다.
냄비세트를 사면 냄비를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에 대한 팁이 들어있다.
어떤 소스를 냉장보관해야 하고 어떤 것은 실온 보관이냐고? 이것 역시 각 소스병 라벨에 다 써있다.
부엌용 세제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뒷면에 스텝바이스텝으로 다 써있다!
왜 예전에는 이런 걸 모르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뭐든 해결하려는 자세로 임하는 나는, 그래서 예전보다 아주 조금 더 똑똑해진 느낌이다.
그런거보면 옛날 원시인들은 어떤 의미에서 정말 머리가 좋았을 것 같음.
이제 스벅커피 마시면서 공부해야지-
오늘 하루도 힘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