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힘든 시간을 함께 한 사람

shys 2011. 9. 16. 21:58

요즘 들어 나를 가끔씩 놀라게 하는 생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대한 상상.
(안 그러려고 해도 자발적으로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건 일종의 외상후 스트레스겠지.)


위기의 주부들에서 아기를 유산한 가브리엘이 손에 들고 있던 풍선을 하늘로 놓아 보내주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었지 .. 
엄청난 슬픔과 상실을 함께 한 나의 엄마가 내 손을 놓는 순간은 엄청난 충격과 상실로 다가올 것 같다. 
동생을 잃은 것보다도 몇 배는 더할거다.


사실 동생이 이 땅에서 겪은 슬픔과 아픔에 대해서는 나는 아직까지도 잘 모른다. 
더 살다보면 알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동생은 너무도 철저히 자기 내면을 단속했기 때문에...
하지만 엄마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라면 나는 속속들이 알고있다.
아침마다 엄마가 했던 다짐, 저녁에 해질 때 느끼는 감정, 길거리 군인들을 볼 때 느끼는 기분...


무엇보다 엄마가 그 모든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그리운 아들에게로 갔다는 사실, 그 행복이,  
날 많이 울게 하겠지 


아직까지 내 삶에서 엄마는 가장 생기있는, 살아있는 캐릭터
내가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인물..  
그래서 그런 엄마가 빠져나가고 난 차가운 육신을 받아들이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 같다.


아하, 그러니까
힘든 시간을 함께 한 사람은 잊을 수 없는 건가 보다 



그러고 보니까 동생이랑은 힘든 시간을 나눈 기억이 없네 ..
내가 힘들 때 동생은 너무 어렸거나 부재중이었고, 동생이 힘들 때 나는 무관심했고... 

그래서 덜 아프고 지나갈 수 있는 걸 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