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더운 월요일 일기

shys 2011. 5. 30. 19:11

#1 
그래 맞아
지금 나는 꽃만 피어도 화가 나
햇살만 봐도 화가 나

#2


#3
외롭다고 말하는 건 힘들구나

아팠어요 라고 말하긴 쉬워도
아파요 라고 말하는 건 어려워

#4
'non-existence'라는 건 너무나 익히기 어려운 감정이다
인지부조화를 넘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만 같아

그러나 실제로 nonexistence는 아니잖아
다만 내가 (아직)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할 뿐 ..
삶이라는 빚을 다 갚고 나면 알 수 있게 되겠지.
어느날 갑자기 사는 게 힘들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괜찮음.

그런데 신기하게도 밤에 침대에 누우면 마음이 좀 다르다.
볼 수 없다는 게 나를 언젠가 옥죄어 올 수 있을 것 같고,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지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곤 한다.

그래도 나의 고통은 이만하면 고통도 아니야.


#5
고통의 반원이 있다
진앙이 있고 그로부터 점차 파동이 퍼져나가는건데
그 중심에 ㅇㅌ이가, 그 옆에 엄마가, 그 밖에는 아빠와 내가 있다

#6
가장 큰 위로는 슬픔 가운데 머물러주는 것이더라
잠깐동안 그 반원 안에 들어왔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가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밉고 싫다

그렇게 나가버릴 수 있는 거면서 공감하는 것처럼 시늉하는 것 같아 그 여유(마저)로움에 화가 난다 (이건 어느 나라 말임?)
그들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나에게 화가 나는 건 그 다음쯤이고.

누구에게도 화낼 수 없어 그냥 가만히 있는다
.. 혼자 틀어박혀 있으니 조용하고 좋긴 한데 외롭다 


너의 마음도 이런 거였니 
아무렇지 않게 등돌리고 다시 깔깔대면서 아무렇지 않게 사는 내 모습에 너도 그렇게 상처받았던거니.
그랬겠다 ...
 
#7
내 감정, 내 머릿속에 대해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풀어낼때마다 꼭 어떤 죄책감같은 걸 느끼곤 해
난 여전히 말도 참 잘하는구나
이제 넌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됐는데 .. 
나는 살아있어서 이렇게 말도 다박다박 잘하고 ..

우리 공평해지면 또 얘기해 -
엄마는 납골당 만화를 그리고 싶대


#8
이름을 부르면 대답한다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그 단순한 게 얼마나 행복한건지 사람들은 잘 몰라

내가 이름을 부르면 네가 돌아보던 때
그때가 참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