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우울함

shys 2016. 3. 27. 05:00

우울함에 있어서 가장 찌질한 것은 그 순간 오로지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울한 마음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나, 나, 나, 나, 온통 나 뿐이다. 


땅바닥에서 조심스레 맨홀 뚜껑을 열고 나오듯 그 감정에서 슬금슬금 빠져나올 때, 비로소 내가 얼마나 self-centered 되어있었나를 깨달으며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게 바로 그런 이유다. 만화에서처럼 내 얼굴 위에 빗금이 그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며칠간 이렇게 힘들었는데 결국은 그 원인이 고작 그런 찌질한 이유였다는게- 무언가 좀더 정당하고 위로받아야 마땅한 이유가 있기를 바랬는데 말이다. 그런 순간의 기분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말 부끄럽고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지는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고 털어놓고 싶지도 않고 그냥 이런 날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게 되는가보다. 


생각해보면, 모든 이목이 내 자신에게 집중된 삶이라면 그것이 어떻게 우울하지 않을 수가 있나 싶기도 하다. 결국 이상한 것은 전혀 없고 다 자연스러운 일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울감에는 잊지 말아야 할 요소가 하나 있는데, 감정의 기어가 전적으로 그 사람의 컨트롤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컨트롤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복된 스트레스로 인해 긍정적인 회로를 선택할 힘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컨트롤을 조금씩 잃어간다. 설명하자면 감정 그 자체에 어떤 무게가 부여되고 그래서 그것이 가고싶은 길을 가는 느낌이 (조금) 든다고나 할까. 더 심한 우울의 경우는 또 내가 모르는 기전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알고싶어 말아야지 ㅠ 여튼 이제는 저쪽편에 너무 많은 힘이 생기기 전에 어서 좀 쉬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