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오픈하우스 등등

shys 2014. 3. 9. 09:04

드디어 어제로 이틀간의 오픈하우스가 끝났다. 나는 예일에서 온 그리스 여자애 하나를 우리집에서 재웠다. 딱 3일밤 자고 갔는데도 가니까 이렇게 호젓하고 좋으네. 허허.  


오픈하우스 행사일을 전혀 맡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틀간 아무것에도 집중이 안될정도로 바쁘고 피곤했다. 오픈하우스를 직접 주관한 2학년들이나 아니면 신입생들은 그 일정을 다 어떻게 (그렇게 한밤중까지 쌩쌩하게) 소화해내는지 문득문득 감탄스러웠다. 


실은 지난해 오픈하우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다 일정 자체도 거의 작년과 똑같이 구성되어 있어서 나에게는 지난 1년 사이에 내게 생긴 변화를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세팅이었다. 특히 어제 큐피 컨퍼런스에 앉아있으면서는 더더욱 그랬다. 작년 큐피 컨퍼런스 왔을 때는 정말 머릿속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오픈하우스 일정을 통틀어 the worst moment 였던 것 같은데 .. 어제 들어가본 큐피 컨퍼런스는 정말 아무것도 별것도 아니었다. 그 사이 내가 바뀐 것일까? 그만큼 성장한 걸까? 그만큼 적응된 걸까?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목욕탕 뜨거운 물에 들어가기 전과 들어가서 앉아있을 때의 느낌.. 음 혹시 그런 종류인건가ㅡ

 

여튼 나는 1년 사이에 두번의 다른 오픈하우스를 겪었다. 작년에는 두려움만 선택적으로 크게 보여주는 돋보기를 끼고 앉아있었고 올해는 훨씬 더 적응된 나다운 나태한 모습으로 :) 그리고 더이상 워싱턴 플레이스 103호랑 104호가 무섭지 않아졌다. 그 사이에는 내가 힘들때마다 sos 치면 도와주시는 하나님이 계셨고 힘들때마다 그 이름을 부를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아주 셀 수 없이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냥.. 기대보다 스무스하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들에 대해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 


오늘은 처음으로 드디어 노래 레슨을 받았다. 내 생애 첫 노래 레슨!! 

선생님(이라고 말하긴 나보다 넘 어리지만)이 처음에 제시했던 가격에 비해 레슨비도 결과적으로 너무 많이 디스카운트 해줬다. (내가 막 깎은 거 아님!! ㅠㅠ) 

오늘은 워밍업을 했고 앞으로 매주 만나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았다. 모처럼 완연한 봄 날씨, 매력적인 햇살. 뉴욕은 젊은 도시다. 난 여기가 너무 좋다. 길을 걷다보면 무조건 긍정적인 마음이 생겨나는 이곳. 언젠가 떠나게 되면 정말 그리울거야. 


그리고 돌아오는 주는 조금 걱정스럽다.  ㅇㅁ론 페이퍼 미팅과 ㅌㅅ론 페이퍼 프로포절이 있는 주라서.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긴 일기를 쓰고 있는 것임.) 


그러나 돌아오는 주만 어찌저찌 잘 넘기면 봄방학이 찾아온다 훌랄라

그 이후는 미끄럼틀 타듯이 종강을 향해 미친 물결의 카누를 타겠지. 

타자연습하듯이 열맞춰오는 데드라인들을 마크하다보면 방학이 오고 그렇게 일년차는 대충 끝나겠지. 


그러니까 내가 여기와서 1년동안 정말 생각이 크게 변한 게 있다면, 

여기 오기 전에는 너무나 모든 것에 두려움이 커서 어떻게 하면 그저 끝낼 수 있을까가 화두였다면

이제는 적당히 끝내는 것 자체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가는 지도도 내 손 안에 있지만, 

문제는 이제 그런 길이 내게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건 내 자신에게 학문적(+a) 성장이 있었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고  

혹은 약간의 관점 변화가 있었음을 의미할 수도 있는데 

하여튼 중요한 것은 나는 내 전공분야의 연구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이제 알았고 

연구를 하지 않으면서, 혹은 그럴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채로 

과에서 요구하는 기준들을 통과해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이 

학계에서나 혹은 내 자신의 가치관에 비추어서나, 어느쪽으로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아직은.. 내가 그 길을 정말 갈 수 있는지 확신이 없다. 

여전히, 탐색중.